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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5호] #2. 공간 이야기 첫 번째: 천 일의 수도, 백 년의 공간 임시수도기념관

부서명
전시팀
전화번호
051-607-8043
작성자
이아름
작성일
2025-03-18
조회수
78
내용

#2. 공간 이야기 첫 번째: 천 일의 수도, 백 년의 공간 임시수도기념관







 임시수도기념관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정문을 들어서기도 전에, 붉은 벽돌이 깔린 단아한 마당에 우뚝 솟은 카이즈카 향나무와 굵은 수양벚나무를 만나게 됩니다. 입구를 지나 마당에 서 있자면 키 큰 고목과 오래된 붉은 벽돌 건물이 함께 만들어 내는 고즈넉하면서도 이국적인 분위기가 불과 몇 걸음 밖의 세상과는 다른 곳이라는 인상을 주지요. 건물의 이름은 ‘임시수도 대통령 관저’. 1926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이제 백 년을 맞이합니다. 백 년이란 인간이 체감할 수 있는 가장 긴 시간이 아닐까 싶은데요. 백 년의 시간을 갈무리하고 있는 이 건물의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임시수도 대통령 관저는 원래 1926년 8월 10일에 경상남도 지사의 관사로 지어졌습니다. 외벽은 붉은 벽돌로 쌓아 올리고 지붕에는 일본식 기와를 올렸으며, 내부는 일본식 목구조로 지은 서양식 주택과 일본식 주택을 절충한 2층 건물입니다. 1층에 차실(茶室)과 다다미방이 있고, 2층에는 3개의 다다미방과 엔카와(緣側)가 있는 구조였습니다. 1945년 광복이 되고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어도 이 건물은 여전히 경남도지사 관사였지만 주인은 일본인에서 한국인으로 바뀌게 되었죠.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전쟁 상황이 급격하게 나빠지자 정부는 전쟁 발발 이틀 후인 6월 27일에 대전으로 7월 16일에 대구로, 8월 18일에는 다시 부산으로 수도를 옮기게 됩니다. 1950년 9월 28일 서울 수복에서 1951년 1.4. 후퇴까지 기간을 제외하고, 1953년 8월 15일 서울 환도 이전까지 약 3년간, 부산은 임시수도였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 기관들도 부산으로 옮겨왔으며, 당시 경남도청으로 사용되던 건물은 임시정부청사로, 경남도지사 관사는 이승만 대통령의 관저가 됩니다.


  ‘임시수도 대통령 관저’는 이로부터 1,023일 동안 한국전쟁이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 속에서 대통령이 수행해야 할 정치, 외교, 군사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집무실의 기능과 대통령 내외의 일상을 영위하는 관저로서 기능하게 됩니다. 특히 응접실은 주요 공직자를 임명하거나 훈장을 수여하고 또는 외국 외교관에게 신임장을 수여하는 장소로 활용되었는데, 이승만 대통령은 미 극동 사령관(마크 클라크), 유엔군 총사령관(매슈 릿지웨이) 등 군사 관련 인사 및 미 국무부 극동 차관보(러스크), 미국 뉴욕 주지사(토마스 듀이), 뉴욕타임스 사장(살스버거) 등을 이곳에서 접견하며 외교 활동을 펼쳤습니다. 한편 많은 인원이 참석한 행사는 야외정원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는데, 그중에 헬싱키 올림픽(1952년) 참가 선수단의 사진은 전쟁 중인 조국을 대표해서 올림픽에 나가는 선수들의 마음이 전달되어 뭉클함을 느끼게 합니다.


  이 당시 건물은 외형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응접실에는 서양식 벽난로가 설치되고 보일러 시설과 서양식 욕실이 들어오는 등 미국에서 생활한 이승만 대통령 내외의 취향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특히나 거친 자연석으로 꾸민 응접실의 벽난로는 많은 기념사진의 배경이 되어 공간적 상징성을 지니게 됩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이 건물은 다시 경상남도 지사관사로 이용되면서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실내 마감과 창호에 개ㆍ보수가 있었습니다. 그 후 1983년 경상남도 도청이 경남 창원으로 이전되자, 부산시는 이 건물을 인수하고 1984년 6월 25일에 임시수도기념관을 개관합니다. 박물관이 된 이 건물은 대통령 관저로 사용되었던 당시의 원형을 재현하기 위해서 2000년 4월부터 2001년 11월까지 약 1년 6개월간 ‘임시수도 대통령 관저 복원 공사’를 거쳐 현재의 모습이 되었고, 건물이 지닌 역사성을 인정받아 2018년에 사적 제546호로 지정되었습니다.



 

 2025년의 봄입니다. 시수도기념관 마당에서는 긴 겨울을 지내고 제 할 채비를 다 마친 수양벚나무가, 지난 세월에도 그랬듯이, 피어오르기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