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근대역사관
#3. 사람 이야기 첫 번째: 미리 만나는 <2024 기록, 부산> 콜로키움 - 산업사진가 조춘만
기계의 멸종에 대처하는 산업사진가이자 기록가
수십 년에 걸쳐 우리나라의 주요 석유화학단지, 항만시설, 조선소. 기타 중공업단지 등
거대한 산업 구조물을 기록하는 작업을 해 온
산업사진가 조춘만을 만나봅니다.
소요시간: 4분
인터뷰. 조춘만 산업사진가
정리. 하은지 부산근현대역사관 운영팀 주무관
조춘만은 수십 년에 걸쳐 우리나라의 주요 석유화학단지, 항만시설, 조선소. 기타 중공업단지 등 거대한 산업 구조물을 기록하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누군가의 요청이 아닌, 기계에 대한 자신의 경외심이 동기가 되어 지속된 작업이기 때문일까요. “조춘만의 스타일은 유일무이하며 미학적으로도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가 주목한 도시로는 고향인 울산을 비롯해 포항, 여수, 광양, 그리고 ‘부산’이 있습니다. 부산은 바다를 통해 들어온 물자를 전국 각지로 보낸 항만과 물류의 도시이자, 선박 건조와 수리, 철강‧화학‧고무 등 제조업 등으로 한국 경제 발전을 견인한 도시입니다. 부산의 산업을 보면 오늘날 한국이 어떻게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가를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산업사진가 조춘만이 2013년부터 부산에 집중해 꾸준히 작품을 남겨온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부산의 대표 사진 전문 갤러리인 ‘고은사진미술관’에서는 2019년부터 《부산 프로젝트》라는 연례 기획전을 열었는데요. 그 첫 번째 주인공이 바로 조춘만 작가입니다. 그는 <인더스트리 부산>이라는 제목으로 부산 신항과 조선소와 같은 거대 시설 전체를 사진에 담기도 하고, 제조공장의 내부로 들어가 구조를 세밀하게 포착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작품은 여타 도시와 다른 부산 산업만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해감에 따라 부산은 물론 전국 각기의 산업 시설은 도시 주변부로 옮겨가거나, 그마저도 영세한 곳은 폐쇄되고 있습니다. 도시 또는 국가의 성장 과정을 살펴보고 미래상을 예측할 만한 거대한 단서들이 조용히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조춘만의 작업이 소중하고, 반드시 필요한 이유입니다.
2차 산업은 우리의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었습니다. 기계는 이러한 변화의 상징입니다. 조춘만의 사진 속 휘황찬란한 모습이 미래에도 그대로일 것이라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의 사진에세이 『푈클링엔, 산업의 자연사』(기계비평가 이영준 공저)에 등장하는 독일의 제철소는 유럽 최대 제철소라는 영광을 뒤로하고 1986년 문을 닫았습니다. 다만 이곳은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및 보존되고 있어, 그 모습을 통해 독일의 근현대사는 물론 산업의 미래를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도 푈클링엔과 같은 산업 유산이 있다면, 바로 조춘만이 포착한 사진 속 공간들일 것입니다. 그는 독일의 폐제철소를 보며 울산을, 그리고 부산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기계를 단순한 물질이 아닌 생동하는 생명체이자 인간과 함께 현시대를 만든 주체로서 바라보는 조준만 작가. 머잖아 다가오게 될 거대한 기계의 멸종을 예견하며, 그는 오늘도 기계 앞에 섭니다.
“우리 산업 시설도 100년 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100년 후에도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는 반드시 기록해야 합니다.”
기계 비평가 이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