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근대역사관
#2. 공간 이야기 두 번째: 지속 가능한 공동체 아카이브를 위하여 <마을을 담는 집> 화명동 마을기록관
모두의 이야기가 모여 마을의 기록이 되다.
소요시간: 3분
글. 배은희 빨간집 대표 및 기록활동가
‘기록하고 책 만드는’ 빨간집은 지역의 기억을 구술로 기록하고, 이에 대한 결과물로 책을 만드는 소기업입니다. 흰여울문화마을, 당감동, 안창마을, 재송동, 거제4동 등 기존의 문헌에 나와 있지 않거나 잘못 기록된 곳의 내용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발굴하며 바로잡고 있고, 나아가 지금을 살아가는 지역공동체의 이야기를 함께 기록하고 있습니다.
기록활동으로 지역과 사람을 바라보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앞세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그들의 지혜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후 누구나 기록활동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는데요. 마침 최근 몇 년간 여러 문화기관과 단체에서 시민이 직접 기록활동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기획되었습니다. 빨간집은 시민들을 ‘교육’이 아니라 ‘지원’의 대상으로 보고 우리의 경험을 나누고 기록을 할 수 있게 돕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이미 지역에서 기록활동을 하는 공동체를 만나기도 했는데, 그곳이 바로 화명동의 맨발동무도서관과 <마을을 담는 집>입니다.
화명2동 행정복지센터 3층에 위치한 <마을을 담는 집>은 2021년 11월 5일에 개관했습니다. 개관 당시에는 ‘화명기록관’이라는 이름이었는데요. <마을을 담는 집>이라는 이름은 이후 마을 구성원들이 공모에 참여해 주민투표를 통해 정해진 이름입니다. 화명동에서 마을 기록활동을 지속하며 시민들과 공유하는 전시 공간이 생긴 것은 맨발동무도서관을 비롯한 주민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맨발동무도서관은 2011년부터 마을의 옛 사진을 모으고, 자연마을인 대천마을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토박이 어르신들에게 마을의 역사를 전해 들었습니다. 그리고 주민들, 특히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책을 만들기도 했죠. 또한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참여해 재개발로 사라지는 주택 구역을 그림과 사진, 이야기로 남기기도 했습니다. 기록이 옛 마을을 보내는 의식과도 같은 활동이 된 셈입니다.
이러한 주민들의 활동이 기반이 되어 북구청과 화명2동은 2019년 1월 문체부 생활문화센터 조성지원 사업 공모에 선정되었고, 마을기록관이 개관하게 되었습니다. 개관 당시 열린 ‘마을, 기억의 집’이라는 전시를 통해 맨발동무도서관과 주민들이 그동안 수집한 자료들을 보여주었는데요. 이 전시는 단순히 자료뿐만 아니라 마을기록관이 개관하게 된 데에 크게 기여한 마을 주민들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마을을 담는 집>의 개관은 마을 기록활동을 지속하는 또 다른 시작이 되었는데요. 맨발동무도서관은 이 공간에서 마을기록활동가 모임을 만들고, 마을과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해 전시했습니다. 화명동의 대안학교인 부산참빛학교 학생들이 마을 사람을 만나 만든 책과 이야기를 전시하기도 했고, 북구공동육아협동조합의 방과 후 프로그램인 ‘징검다리를 놓는 아이들’을 통해 아이들이 마을을 소리로 기록하고 자신들의 놀이를 기록한 결과물을 전시하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어르신들이 스스로 자서전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마을에 있는 초등학교와 연계해 아이들이 기록관에서 마을의 역사와 기록의 의미에 대해 공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곳이 마을 주민 모두가 마을과 기록의 의미에 대해 알게 되는 교육의 공간이기도 한 셈입니다. 그야말로 마을의 모든 구성원의 이야기 마을의 기록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고, 그 모든 이야기가 모이는 곳이 <마을을 담는 집>입니다. 마을 주민들은 기록활동을 통해 서로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될 뿐만 아니라, 내가 사는 마을이 얼마나 좋은 마을인지, 얼마나 좋은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지 알게 된다고 말합니다.
또한 <마을을 담는 집>은 마을 바깥과도 연결되는 거점을 지향하고 있기도 합니다. 지난해 북구예비문화도시에서 북구 시민들이 기록한 결과물을 전시하기도 했고, 앞으로도 기록하는 시민들과의 소통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마을기록에 관심 있는 타 공동체의 방문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기록을 매개로 관계를 확장하고,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며 성장하는 것이 목표니까요. <마을을 담는 집>은 마을 안팎의 ‘관계를 담는 집’이자 동시대를 기록하는 거점이 될 것입니다. 이야기가 모여 마을의 기록이 되는 공간이 갖는 지향점은 그 공간의 지속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이 공간을 만들어 낸 지역공동체와 주민들의 자발적인 기록활동은 이 공간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마을을 담는 집>이 많은 이야기가 모이고 주민들의 관계가 확장되는 공간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