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근대역사관
#2. 공간 이야기 첫 번째: 학교와 학생이 거쳐간 순간을 기록으로 담는 부산대학교 기록관
기록을 매개로 추억을 공유하는 대학 기록관
소요시간: 2분
글. 최승은 작가
부산대학교 기록관은 부산대학교의 정체성 확립과 대학 행정의 책임성 강화를 위해 설립된 공간입니다. 대학 기록물의 관리, 보존 가치를 지닌 기록물의 수집과 보존, 기록정보의 지식자원화 등과 같은 다양한 일을 수행하고 있는 곳이죠.
지난해 부산근현대역사관의 조성과정에서 1950년대 부산대학교 학생증,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전개된 부마민주항쟁과 관련한 기념사업회 정관, 총학생회의 부마민주항쟁 관련 리플릿 등 부산대학교 기록관의 근현대 자료를 대여,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부산대학교 기록관이 소장한 기록 중 일부는 부산대학교 대학본부 1층의 부산대학교 역사관(상설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부산대학교의 인문관은 2012년 부산광역시 근대건조물, 2014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는데요. 초창기 부산대학교 동래 교사였던 지금의 인문관, 박물관, 무지개문과 수위실은 윤인구 초대 총장이 건축가 김중업(1922~1988)에게 설계를 의뢰하여 지어진 건물입니다. 부산대학교 기록관에서는 1959년 준공된 인문관의 준공 직후부터 현재까지의 인문관 사진과 인문관 모습이 담긴 엽서 등의 기념품, 인문관 건립 경위가 기록되어 있는 부산대학교 연사 등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인문관을 비롯한 무지개문, 수위실의 사진과 이야기는 부산대학교 역사관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부산대학교가 거쳐 간 변화 역시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아있습니다. 한국전쟁 시기 부산이 임시수도가 된 후 운영된 전시연합대학 당시의 기록이 그중 하나입니다. 전시연합대학 학생 졸업기념으로 찍은 교사와 학생들의 사진, 전시 학생증 등은 부산대학교 역사관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부산대학교에는 2006년 밀양대학교와의 통합과 2009년 양산캠퍼스 개교라는 변화가 있었는데요. 이를 기념하여 매년 개최되는 3개 캠퍼스 이어달리기의 완주 메달은 부산대학교 캠퍼스 통합과 확장의 역사를 보여주는 기록의 하나로 부산대학교 역사관 전시장 한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기록관에서는 시대별 학생들의 활동이 담긴 기록물 등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총학생회와 총여학생회, 단과대학 학생회부터 동아리, 국내외 봉사활동단 등의 활동을 담은 사진, 리플릿, 발간자료, 교지 등의 다양한 기록물이 있는데요. 학생자치활동 기록물에서는 1980년대 대학의 자율화와 민주화를 향한 학생들의 열망과 학원자율화 운동, 1990년대 민주주의 노동자의 권리, 성평등과 같은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과 학생활동, 2000년대 이후 국제화와 교육연구활동의 다변화와 같은 시대의 변화와 대학문화의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부산대학교 기록관이 소장한 자료 중에는 동문들의 기증품이 많습니다. 195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재학시절 학생증, 도서 자료 뒤에 부착되어 있던 대여기록카드와 도서관 열람증, 현재는 사라진 초기 대학 교복을 입은 학생 사진과 같은 기증자료는 공식적인 학교의 회의록 등의 문서자료나 행사 사진에서는 볼 수 없는 생생한 기록입니다. 특히, 사진이 부착된 수험표, 수기로 작성된 학생증은 지금은 볼 수 없는 것들이라 부산대학교 역사관을 방문하는 중고등학생들과 대학 재학생들이 놀라워하며 즐거운 반응을 보인다고 합니다.
동문들의 기증품으로 남겨진 기록을 매개로 공유된 추억은 현재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요. 부산대학교 기록관을 담당하는 장현종 기록연구사가 꼽은 인상 깊은 순간 중에는 기념행사 개최를 위해 학과 학생회가 방문하여 교수님의 옛 대학 시절 사진을 발견하고 이를 활용해서 학과 이벤트 영상을 만든 일, 모녀가 선후배 동문이 되어 학과 기념행사 준비를 위해 기록관을 방문하여 자료를 열람하면서 선배이자 어머니가 후배이자 딸에게 캠퍼스의 과거와 본인의 추억을 설명해주며 기록관 자료 덕분에 추억이 생각난다고 했던 일, 동아리에서 선후배 동문들이 함께 방문하여 동아리 알림장과 사진 앨범을 보며 기록을 보니 기억이 더욱 생생하다고 자료를 관리해주어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넨 일 등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기록관에서는 기록을 매개로 구성원들과의 추억을 공유하고, 대학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연속성을 부여하는 일을 합니다. 대학 기록관의 기록은 학적, 연구실적 등의 증거나 다른 업무의 정보로 주로 쓰이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는 기록을 열람하는 사람들의 추억을 현재로 소환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기록은 과거를 기억하는 책갈피이자, 현재의 이정표, 미래의 방향계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기록이 가진 본연의 가치를 보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힘쓰는 대학 기록관의 활동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