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근대역사관
#3. 사람 이야기 두 번째: 부산 인디밴드의 BTS 조태준과 부산그루브를 만나다.
부산스러움을 노래하는 부산 로컬밴드
LA 메탈은 미국 LA를 중심으로 등장한 메탈 밴드들을 일컫는 장르입니다.
시카고 블루스는 시카고에서 등장한 블루스 스타일 중 하나이고요.
이렇게 지역을 대표하는 음악 장르의 이름을 부산에도 붙이고자 한 밴드가 있습니다.
부산하면 그루브다! 이렇게 외치며 등장한 밴드 <조태준과 부산그루브>를 소개합니다.
소요시간: 5분
인터뷰. 조태준과 부산그루브
Q: 지난 4월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 공연 이후에 오랜만에 뵙습니다. 잘 지내셨는지요?
우선, 이번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간단하게 웹진 독자분들께 <조태준과 부산그루브> 소개 부탁드릴게요.
A: 세계 각지에서 모여 부산을 노래하는 글로벌 밴드, <조태준과 부산그루브>입니다! 미국에서 온 기타와 베이스를 연주하는 지노, 뉴질랜드 출신의 키보드 치는 바사나, 불가리아에서 온 드러머 이바일로, 색소포니스트 마상령, 프론트맨 조태준으로 구성된 5인조 밴드입니다.
Q: <조태준과 부산 그루브>라는 그룹명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나요?
조태준 : 제가 서울에서 음악 생활을 오래 했어요. 서울에서 음악 하는 사람 중에 부산 사람들이 참 많더라고요. LA에는 LA 메탈이 있고, 시카고에는 시카고 블루스가 있는 것처럼 부산도 어떤 장르 같은 이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됐어요. 서울에 있을 때부터 ‘부산그루브’라는 단어를 만들어 갖고 있으면서 언젠가 부산에 와서 음악을 하게 되면 쓰려고 했죠. 그래서 2020년에 싱글로 ‘부산그루브’라는 곡을 냈고, 그 후 멤버들을 만나게 되어 그룹 이름을 정해야 할 때도 ‘부산그루브’를 제안했는데 다들 좋다고 해줘서 그룹명까지 ‘부산그루브’가 됐습니다.
Q. 2022년에 부산을 사랑하는 3명의 외국인 멤버들인 이바일로 씨, 바사나 씨, 지노 씨, 그리고 마상령 씨와 함께 <조태준과 부산그루브>를 결성하고 음반을 발매하셨는데요.
멤버들과는 어떤 계기로 함께 하게 되셨나요?
조태준 : 제가 2020년 1월에 부산에 와서 2021년까지 혼자서 외롭게 음악을 계속했어요. 보통 클럽에서 기타를 치며 제 노래를연주하면 노래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어느 날 옆에서 누군가 드럼을 치는 거예요. 분명 모르는 노래일 텐데도 그냥 치더라고요. 옆을 보니 이바일로가 드럼을 치고 있었죠. 그렇게 이바일로를 만났어요. 마상령 씨는 서울에서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고요. 지노와 바사나는 2021년 12월에 계획돼 있던 최백호 선생님 공연의 오프닝 무대를 준비하면서 만나게 됐어요. 오프닝 공연을 위해 밴드가 필요한 상황이었죠. 저는 평소에도 공연에서 인상 깊게 봤던 지노가 떠올랐어요. 여러 밴드와 다양한 음악을 하는 걸 좋게 봤었거든요. 그렇게 지노가 합류했고, 바사나는 후에 소개를 받아서 만나게 됐어요. 오프닝 무대를 준비하는 동안 합주를 한 적이 있었는데, 사운드가 너무 좋은 거예요. 코로나로 인해 공연은 취소됐지만, 제가 먼저 내년부터 같이 활동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어요. 그래서 2022년 1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클럽에서 공연하며 꾸준하게 활동했어요. 그렇게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Q:. 다른 멤버들도 모두 부산에서 거주 중이신데, 어떻게 부산에 오게 되셨나요?
이바일로: 안녕하세요(한국말) 부산 최초 불가리아인 이바일로입니다. 공연 연주자로 한국을 처음 오게 되었습니다. 허심청이라는 클럽에서 드럼을 연주를 시작으로 부산과 인연을 맺게 되었어요.
지노: 안녕하세요. 미국에서 온 지노입니다. 저는 미국의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서 미국에서 자랐고, 어릴 적 부평시장 쪽에 살아서 그런지 부산 근현대역사관이 낯설지 않네요.
바사나: 뉴질랜드에서 온 바사나입니다. 조태준과 그루브에서 건반을 담당하고 있고, 영어 원어민 교사로 한국과 처음 인연을 맺어 현재는 부산에서 밴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조태준 : 마상령 형과는 서울에서 오며 가며 얼굴만 본 사이라 그다지 친하진 않았어요. 근데 막상 부산에 내려오니 아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그때 형이 부산에 있었고 드디어 아는 사람을 만난 거죠. 형이 부산의 상황에 관해 이야기도 많이 해주고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줬어요.
마상령 : 태준이가 오기 1년 전에 제가 부산에 와서 지내고 있었어요. 저도 아는 건 많이 없었지만 태준이한테 도움이 되고 싶어서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해줬죠.
Q: 1집 앨범에는 조태준 씨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가 1곡씩 직접 노래를 부르셨어요. 흔치 않은 일인데, 이렇게 작업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조태준 : 사실 밴드라면 우리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 우리가 발전할 수 있는 것에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멤버들 모두가 싱어송라이터라는 것이 다른 밴드와 차별화되는 강점이라고 생각했고, 그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Q: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는 ‘부산그루브’는 춤추기 딱 좋은 미디엄 템포 리듬에 ‘이기대, 광안리, 태종대, 송도, 남포동’ 이렇게 부산의 지명을 많이 넣은 곡인데요.
부산사투리와 지명을 가사에 많이 넣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조태준: 제가 여행으로 관광지에 가보면 항상 그 지역의 분위기로 음악을 하는 로컬 밴드가 있어요. 부산에는 그런 로컬 밴드가 없는 게 아쉬웠어요. 로컬 밴드의 느낌을 내기 위해 부산 사투리와 지명을 넣게 됐어요. 제가 부산 출신이라 부산을 노래 하고 싶었기도 하고요. 그리고 대중들이 인디 뮤지션들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해서, 좀 더 즐기기 쉽게 다가가려고 한 점도 있어요.
Q:. <조태준과 부산그루브>가 생각하는 부산스러움은 무엇일까요?
마상령 : 저는 출렁임 같아요. 출렁출렁하는 느낌, 덩실덩실하는 느낌이 즐거움을 나타내잖아요. 부산은 그런 흥겨움이 있는 도시 같아요. 저희 연주도 즐거움을 기반으로 하고요.
바사노 : 부산하면 바다가 제일 먼저 떠올라요. 그래서 바다의 파도 즉 씨웨이브(SEA WAVE)를 연상하게 하는 부산은 항상 생기가 넘치는 곳인거 같아요.
Q: 부산을 노래하는 <조태준과 부산그루브>가 생각하는 대중가요 속의 부산은 어떤 모습인가요?
조태준 : 저는 부산에 온 후로 계속 부산에 대해 배우고 있는데요. 작년에 ‘피란 수도 랩소디’라고 하는 1시간짜리 다큐멘터리를 준비하면서 부산의 역사를 알게 됐어요. 부산이라는 곳은 정말 많은 것들이 공존하고 있는 도시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부산은 서로 다른 것들끼리도 연결하려고 마음먹으면 다 연결해 버리는 힘이 있는 곳이에요. 그런 힘으로 대중문화와 대중가요를 탄생시킨 것 같고요.
Q:. 앞으로 특별한 계획을 가지고 있나요?
조태준 : 저희들이 주기적으로 공연도 하고 있지만, 대중들과의 소통 창구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서 아주 최근에 인스타그램 계정(@tj_busangroove)을 만들었어요. 저희들이 주기적으로 만나는 아지트도 수영 쪽에 생겼고요. 만나서 합주하는 모습도 담을 카메라 팀도 생겼습니다. 사람들과 힘을 합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려고 해요. 9월 말부터는 한 달에 한 번씩 퇴근길 콘서트도 할 예정이에요. 잡혀있는 공연들도 많고요! 저희가 알고 지낸 지 오래된 것 같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거든요. 1집은 우리가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었다면, 2집부터는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의 끼를 담아서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Q: 마지막 질문입니다. 부산근현대역사관에 방문하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지 노 : 어린시절 부평동 인근에 살아서 이 공간이 문득 기억이 나는데요. 한국은행 부산본부일 때 외부 건물만 보다 내부에 들어와 보니 예스러움과 현대다움은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인 거 같아요.
조태준: 공간이 가지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아마 원도심에서 그런 힘을 가지는 공간이 부산근현대역사관이 아닐까요.
부산을 노래하는 다섯남자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하며 인터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