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근대역사관
2. 공간 이야기 세 번째: 병원부터 카페까지, 건물이 가진 이야기를 보여주는 브라운핸즈 백제
건물이 가진 이야기와 어울리는 공간을 만드는게 핵심
건물이 견뎌온 세월을 그대로 녹여 향기로운 커피와 함께 내어놓는 공간이 있습니다.
부산의 명실상부한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브라운핸즈인데요.
그중에서도 백제점은 백제 병원부터 식민지 시기 장교 숙소, 중국음식점 등의 역사를 거쳐온 건물이라고 해요.
근대 건축물인 백제 병원의 공간을 어떻게 보존하고 디자인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기사읽는 소요시간: 3분
인터뷰. 브라운 핸즈 공간 디자이너 박진우
Q: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브라운핸즈 소개 부탁드려요.
A: 브라운핸즈에서 공간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박진우라고 합니다. 제품 보조 디자인을 하다가 친구들과 함께 손잡이를 만들면서, 그 공간에 필요한 것들을 디자인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회사가 브라운핸즈입니다. 주물을 기반으로 한 가구, 조명, 라이프스타일 제품의 디자인부터 시공까지 다 할 수 있는 공간 디자인 업체라고 보시면 됩니다. 오래된 건물과 소재들을 보존해 공간을 디자인하고자 해요.
A: 주물로 가구를 만드는데, 주로 흙틀을 사용해요. 흙틀에 쇳물을 부어서 만들죠. 브라운핸즈는 그 흙을 만지는 손을 의미합니다. 노동자의 손을 말해요.
Q: 본래 브라운핸즈는 디자인 가구회사였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카페를 운영하게 되셨나요?
A: 브라운핸즈 1호점인 도곡점은 카센터를 리모델링해서 가구와 제품들을 쇼룸처럼 전시한 공간이었어요. 그런데 이런 취지의 공간을 소비자분들이 생각보다 많이 좋아해 주셨고, 그래서 마산점도 하게 되었죠. 버스 차고지 공간에서 마산점을 준비하고 있는 와중에, 지인이 백제병원 건물에 브라운핸즈가 들어오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건물을 보러 와보니 오랜 삶의 때가 묻어있는 공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Q: 백제병원은 근대 건축물로 역사가 깊은 공간이에요. 이런 공간을 개조하고 보존할 때, 특별히 신경 쓰시는 부분이 있을까요?
A: 오래된 공간을 보면 내부가 지저분하게 방치된 경우가 많아요. 백제병원도 그랬고요. 브라운핸즈에서는 건물에 맞은 옷을 입힌다는 생각으로 공간 디자인을 하고 있어요. 새 건물은 새 건물답게, 오래된 건물은 오래된 건물에 맞게 어울리는 옷을 입혀야겠다는 생각이죠. 백제병원을 처음 봤을 때, 저희만의 디자인을 입힐 수 있는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했어요. 공간에 머무는 사람들을 통해 스스로를 소개할 수 있는 공간, 그게 저희만의 정체성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라 생각하거든요.
Q: 특별히 신경 쓰시는 부분이 있을까요?
A: 보존 역시 공간이 가진 기존의 분위기를 잘 유지하는 방향으로 하고 있어요. 이곳, 브라운핸즈 백제의 창만 보셔도 알 수 있죠. 비용이 많이 들고 내구성은 떨어지지만. 창을 다 동창으로 바꿨어요. 동창은 갈변이 일어나기 마련인데, 갈변된 이 느낌이 건물이 가진 무게감과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바닥 역시 원래의 바닥을 살려서 직접 패턴을 그렸습니다. 1층의 타일들도 백제병원 때의 타일들을 그대로 보존했고요. 카운터에 있는 목조 구조도 그대로입니다. 작업난이도는 굉장히 높았지만, 이 건물이 원래 가지고 있던 디자인과 스토리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 노력했죠.
Q: 브라운핸즈가 단순한 카페 공간을 넘어서 전시를 볼 수 있는 문화복합공간으로서 기능하고 있는 점을 좀 더 소개해 주신다면요?
A: 주물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을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저희 가구에 집중할 수 있게끔 공간을 디자인해요. 자연스럽게 디자인가구, 빈티지가구에 다가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 전시된 작품들도 한몫하죠. 전시된 작품들은 주기적으로 바뀝니다.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도록을 직접 만들기도 합니다.
Q: 예전의 다방처럼 문화복합공간의 기능을 하는 카페가 요즘은 드문 것 같아요. 현대식 다방으로서 브라운핸즈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함이 있을까요?
A: 커피 전문점은 많지만,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직접 생산하고 보여줄 수 있다는 게 브라운핸즈만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소비자들이 차를 마시고, 공간을 대하는 것 자체가 이 공간을 소개할 수 있는 계기가 되죠.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조명, 손잡이, 스위치 등 모든 것이 다 브라운핸즈에서 직접 만든 것이지만, 마치 원래 그 공간에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을 줘요. 공간이 주는 무게감을 살리기 위해서 신경 쓴 부분이에요. 공간을 구성하는 모든 것이 브라운핸즈로 시작해서 브라운핸즈로 끝나고, 이러한 특징 덕에 모든 매장에 통일성이 생기죠. 이질적인 것들로 인한 스트레스가 없어요. 예전의 다방처럼 핸드폰을 내려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Q: 부산의 대표적인 현대식 다방이 된 브라운핸즈 백제는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요?
A: 오래된 건물들은 그 시간만큼의 엄청난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요. 그 스토리를 다 아울러서 본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죠. 눈에 띄지는 않아도 건물은 계속 노후화되고 있어서 A/S를 해줘야 하고요. 균열과 같은 낡은 요소들을 얼마나, 어떻게 보존할지가 점점 더 중요해지니까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부산에서의 다방은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세요?
A: 이야기가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브라운핸즈는 특히나 예전의 이야기도, 현재의 이야기도 있는 다방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건축에는 ‘윤리적 시공’이라는 말이 있어요. 쉽게 말해 훼손하거나 밀어버리지 않고, 그곳의 흙까지도 활용해서 자연친화적으로 건축하는 것을 뜻하죠. 이런 윤리적 시공을 통해 건물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나 특징을 잘 살려낼 수 있어요. 브라운핸즈 백제에서 느낄 수 있는 이야기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