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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5호] #3. 사람 이야기 두 번째: 세계유산으로 가는 길엔 지역민의 관심이 동력

부서명
전시팀
전화번호
051-607-8043
작성자
이아름
작성일
2025-03-18
조회수
101
내용

#3. 사람이야기  두 번째: 세계유산으로 가는 길엔 지역민의 관심이 동력




유네스코는 국가 간의 교육, 과학, 문화 교류를 통해 국제 사회의 협력을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유엔의 전문 기구로 1945년 창설되었습니다.

유네스코는 각국에 위원회를 두고 있다는 것, 혹시 알고 계셨나요?

이번 인터뷰에서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등재 담당자를 만나,세계유산 등재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Q1.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유네스코의제정책센터 김지현 정책팀장입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 2006년에 인턴으로 입사하여 지금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도 파견 근무를 했습니다. 주로 세계유산, 무형유산, 문화재 환수 등 문화 분야의 업무와 유네스코 본부의 여러 정책회의를 맡고 있습니다.





Q2. 현재 근무하고 계시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국가기관인가요?


  유네스코는 국제 사회에서 문화를 다루는 유일한 조직으로, 전 세계 194개의 회원국이 있습니다. 회원국마다 국가위원회가 설립되는데요. 우리나라는 유네스코 활동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설립되었습니다. 다른 나라의 경우 유네스코 국가위원회가 교육부, 문화부, 외교부 소속 등의 정부 조직인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를 비롯해 독일, 영국, 캐나다 등은 독립적인 기구로 국가위원회가 설립되었습니다. 따라서,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국가기관이 아니고, 소속 직원들도 공무원이 아닙니다. 하지만, 정부와 유네스코의 가교역할을 하는 활동이 많아 반민반관의 성격을 가집니다.


Q3.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서 많은 일을 하고 있는데 그곳에서 일하려면 어떤 공부를 해야 하나요?


 유네스코는 교육, 과학, 문화 등 다양한 학문 영역을 다루기 때문에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는데요. 국제사회에 대한 관심을 토대로 본인이 관심 있는 전공을 선택하여 공부하면 좋을 것 같아요. 또한, 국제기구이기 때문에 영어 및 불어 등 외국어 역량도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여기에 더해 여러 국내외 관련 활동들을 통해 경험을 쌓으시길 추천 드립니다.


Q4.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자랑할 만한 성과가 있다면 자랑해 주실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는 남북한이 분단되어 있어, 남한과 북한 중 어느 곳을 한국으로 인정하느냐 하는 문제 때문에 1991년까지 유엔에 가입하지 못했었습니다. 때문에, 유네스코는 우리나라가 한국 전쟁 이전에 가입한 유일한 유엔 기구로서 매우 중요했습니다. 우리나라는 1950년 6월 15일 한국 전쟁이 11일 전 유네스코에 가입하였고,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전쟁 후 1954년에야 설립되었습니다. 한국 전쟁 시기에 우리나라는 유네스코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요. 일례로, 유네스코에서는 부산 등지에서의 피란민 교육을 위해 긴급 지원금을 보내주기도 했고, 교과서 인쇄 공장 건설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한 도움 덕분에 한국이 교육의 힘을 바탕으로 지금의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었죠.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서는 2010년대 초부터 아프리카와 아시아 저개발도상국 교육지원사업인 일명 브릿지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교육이라는 다리를 통해 전쟁의 상처를 딛고 일어설 수 있었던 우리나라처럼, 저개발도상국의 교육을 지원함으로써 그들 국가와 사회의 재건을 돕는 사업인데요. 특히,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브릿지 사업은 학교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학교 밖 교육, 즉 소외된 계층을 위한 교육사업이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대표적인 사업은 한일 교사 대화입니다. 한일 간의 갈등 완화를 위해 20여 년 전부터 시행한 사업으로, 매년 100여 명의 한일 교사가 교류하며 역사 문제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집니다. 양국의 교사들이 서로 알아가게 되면, 양국의 학생들도 서로를 알게 될 테고, 나아가 국민 간의 갈등도 완화되리라 생각합니다.


Q5.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서는 앞으로 어떤 문화유산을 등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나요?

  

과거 세계유산, 무형유산, 기록유산 등이 등재되기 시작하던 초창기에는 우리 위원회에서 직접 등재에 많이 참여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각 부처나 지자체에서 워낙 잘하고 계셔서 저희가 직접 참여하고 있지는 있습니다. 국가유산청에서 주로 앞으로 우리나라의 여러 문화유산의 등재를 위해 전반적인 준비를 해 나가고 있는데요. 올해는 울산에 있는 반구천 암각화가 등재될 예정입니다. 또한, 문화유산의 공동등재를 통해 다른 나라와의 교류와 협력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요. 공동등재될 수 있는 유산을 발굴하는 데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Q6.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조직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우선, 네크워크사업실이 있습니다. 국내 유네스코 네트워크 사업을 위주로 하는 부서로, 유네스코 학교, 유네스코 창의도시 등 국내 지자체와 관련 조직들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을 주로 맡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제가 소속된 유네스코의제정책센터가 있습니다. 교육, 과학, 문화 전반의 정책을 유네스코에서 논의할 때, 한국의 참여와 기여에 관한 사항을 자문하는 조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국제협력사업실이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브릿지 사업과 같이 해외 저개발도상국의 개발 원조를 맡는 사업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후원홍보센터가 있습니다. 펀드레이징(자금모집)과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또, 한국유네스코연구소가 있습니다. 유네스코와 관련된 중장기 연구 과제를 수행하는 곳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Q7.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서는 시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행사도 준비하시나요?

  

 위에서 말씀드린 네트워크사업실이나 후원홍보센터에서 이런 활동을 하는 편인데요. 대중에게 오픈된 행사가 많지는 않지만, 매년 다양한 분야에서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들이 기획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작년에 있었던 ‘교육의 미래를 위한 70GETHER(투게더) 걷기 캠페인’을 들 수 있는데요. 걷기 캠페인을 통해 소외 지역 교육사업에 기부도 하면서,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했던 행사였습니다.


Q8.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소속 직원이 된다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직업 만족도는 어떠신지도 궁금합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100명이 채 안 되는 작은 조직으로, 직원을 적게 뽑고, 자주 뽑지도 않기 때문에 들어오기가 쉽지는 않은데요. 그렇기에 정말 이곳을 원해서 들어오는 사람이 많습니다. 다들 하고 싶었던 일이라 더욱 보람을 느끼면서 일하는 것 같고요. 뜻깊은 가치를 위해서 일하는 것에 보람을 느끼시는 분이면 유네스코 일을 하는 데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Q9.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소속 직원으로서 일할 때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국제 사회에 이바지한다는 걸 느낄 때 뿌듯하고 보람이 있어요.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지금은 직접 문화유산 등재에 참여하지 않지만, 초창기에 문화유산 등재에 참여했을 때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2012년에 아리랑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는데요, 등재 신청서 작업부터 참여했었습니다. 등재되고 나서 아리랑이 유네스코 회의장에 울려 퍼질 때의 감동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아리랑이 우리나라의 아리랑이 아니라 전 세계의 아리랑이 됐다고 느꼈어요.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으로서 그 가치를 잘 지켜나가야겠다는 의지가 샘솟는 순간이었습니다.






Q10. 세계유산 등재는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나요?

  

 우리나라의 경우로 설명하자면, 우선 지자체에서 등재 신청을 합니다. 그 후, 국가유산청에서 운영하는 문화유산위원회에서 어떤 유산을 등재 신청할지를 정하게 되고요. 그렇게 국내적으로 등재 신청할 유산이 정해지면, 등재 신청서가 작성돼 유네스코에 제출됩니다. 그리고 나면, 제출된 유산에 대해 자문기구로부터 심사가 들어가는데요. 문화유산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이코모스)가, 자연유산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아이유씨엔)이 맡습니다. 등재 신청서 심사가 끝나면 신청서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 자문 기구가 현장을 방문합니다. 이후 평가 리포트를 토대로 각 자문기구에서 회의를 거쳐서 4단계(등재, 보류, 반려, 등재 불가)에 따른 권고가 나옵니다. 권고를 두고 매년 7월쯤, 21개국으로 구성된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등재 결정을 하게 되는데요. 만장일치를 기본으로 하고 있어, 21개의 위원국이 동의해야 등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집니다. 물론 투표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Q11. 문화유산 등재에 있어서 보존과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두 가지 관점이 충돌할 것 같아요. 두 가지의 균형을 잡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좋은 사례가 있는지요?

  

 많은 사람이 문화유산의 보존과 지역 경제 활성화가 충돌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있기도 하죠. 대표적으로 문화유산 보호 지역에 있어 고층 빌딩 건설이 제한되는 고도 제한을 들 수 있겠네요. 하지만, 문화유산의 보존을 택한다고 해서, 지역 경제 활성화가 안 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문화유산의 보존 덕분에, 지역 경제 활성화가 이루어질 수도 있습니다. 문화유산이 말 그대로 지역의 자산이 되기 때문이지요. 둘의 균형을 잡는 방법은 바로, 문화유산을 지역의 문화적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중요한 소재로 삼는 것입니다.

  

 경주에는 황리단길이 유명한데요. 황리단길은 갑자기 홀로 유명해지지 않았습니다. 대릉원과 같은 경주역사유적지구에 있는 ‘문화유산’이라는 콘텐츠를 바탕으로 주변의 상권이 잘 형성되고 정비되니, 황리단길이라는 이름이 점점 알려지면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된 것이죠.





  피란수도 부산유산의 경우도 제1부두와 관련해서 중구의 주민들이 초반에 많은 반발을 하셨지만, 지금은  제1부두가 등록 문화유산이 된 것으로 압니다. 물론 제1부두가 문화유산이 된다고 해서 이제 개발을 못 하는 게 아닙니다. 문화유산이 되면 규제가 있어 지역 경제 활성화가 더딜 것이라는 편견을 많이 가지시는데, 그 편견을 깨는 것부터가 균형을 잡기 위한 시작이라고 봅니다.

  

  문화유산을 통해 그 지역의 가치를 재발견해서 콘텐츠화할 수 있다는 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아주 큰 도움이 됩니다. 해당 지역에 하나의 좋은 테마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죠. 문화유산과 관련된 콘텐츠를 계속 개발해나가면, 유산을 보호하면서도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지역 축제를 개최하는 등 문화유산 보존을 통해 경제적 개발까지도 연계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균형이라는 걸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요.


Q12. 문화유산 등재 과정에서의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앞의 질문과 내용이 이어지는 것 같은데요. 주민들이 문화유산의 가치를 잘 인지해주셔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생기면 참 어렵습니다. 국내적으로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편견을 깨고 인식을 변화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문화유산의 보존과 지역 경제 활성화가 함께 할 수 있다는 걸 많이 이해해주시고 등재를 지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암동 소막마을, 아미동 비석마을 주민분들 역시 어느 날 갑자기 등재에 호의적이진 않았을 겁니다. 본인의 마을에 관심을 가지고, 마을에 있는 콘텐츠를 보게 되고, 그 콘텐츠로 사람들이 와서 마을이 활성화될 수 있게 된다는 걸 알게 되셔서 등재를 지지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문화유산 등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참여와 지지입니다.


Q13. 해외에서 현재 등재된 문화유산 중에 피란수도 부산유산과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요?

  

피란수도 부산유산과 유사한 사례는 잘 없습니다. 전쟁과 관련된 유산은 있죠. 아우슈비츠, 비키니 환초 핵 실험지 등이 바로 떠오르네요. 하지만 피란수도 부산유산처럼 전쟁 당시의 거주지나 시설이 등재된 사례는 없습니다. 이런 면에서 피란수도 부산유산이 독특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Q14. 우리나라에서 등재가 추진되지 않고 있는 문화유산 중에 더 늦기 전에 잘 보존하여 등재를 추진했으면 하는 것이 있으신지요?

  

 우리나라에는 가치 있는 문화유산이 아주 많습니다. 그래서 딱 한 가지를 꼽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피란수도 부산유산의 등재를 통해서 가치를 재조명받았으면 하는 유산들은 있습니다. 바로, 근대유산입니다. 인천의 개항 역사와 관련된 유산들, 군산과 포항의 일본 가옥 거리, 대구의 전후 공연 예술과 관련된 유산들 등 우리 주변의 대유산에 대해 많은 관심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근대유산은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졌지만, 우리 역사의 일부이기 때문에, 가치가 적다고 판단해서 부수기보다는 근대유산으로서의 가치를 계속 발굴하는 작업이 있었으면 해요. 피란수도 부산유산 역시 이러한 작업을 통해서 세계유산으로 가는 길까지 온 것이니까요. 다른 지자체에서도 부산처럼 지역 내의 근대유산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유산이 꼭 세계유산을 목표로 할 필요는 없어요. 관심을 가지고 보존하려는 그 과정에서 발전이 이루어지는 것이니까요.


Q15. 부산시민이 피란수도 부산유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피란수도 부산유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이미 많이 노력하고 계시는 걸로 압니다. 결국에 등재되고 나서도 중요한 건, 문화유산의 가치를 얼마나 잘 보호하고 보전해나가서 미래 세대에게 전달하느냐인데요. 그러려면 지역 주민들의 인식이 가장 중요합니다. 드레스덴 엘베 계곡, 영국 리버풀 등은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지만, 지역 내에서 개발을 더 우선시하면서 유산의 가치에 위협이 되자 세계유산의 이름을 잃게 됐는데요, 세계유산 등재 이후에도 문화유산의 가치를 계속해서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일 것입니다. 피란수도 부산유산의 등재에 마음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를 함께 생각해나가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지역 경제와 문화유산을 잘 연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지역 주민의 아이디어도 중요하지요. 지역 주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는 필수적입니다. 문화유산의 가치를 계속 함께 생각해주시는 것만으로도 문화유산 등재와 보존에 큰 기여가 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피란수도 부산유산이 전 세계의 문화유산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합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김지현 의제정책센터 정책팀장님에게도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