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근대역사관
3. 사람 이야기 세 번째: 90~ 2000년대 다방의 진화
밀레니엄 세대의 감성, 민들레영토와 캔모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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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부산근현대역사관 홍보담당 이아름 주무관
중국에는 “아침에 차를 마시면 온종일 위풍당당하고, 정오에 차를 마시면 일하는 것이 즐겁고, 저녁에 차를 마시면 정신이 들고 피로가 가신다.(早茶一盅, 一天威風; 午茶一盅, 勞動輕鬆; 晩茶一盅, 提神去痛)”라는 속담이 있어요. 이 속담을 현대인 버전으로 바꾸면 이렇지 않을까요? “모닝커피는 아침 출근을 위해 필수이며, 정오에 커피 한잔은 식곤증을 탈피하기 위함이고, 저녁의 커피 한잔은 불면증을 유발한다.”
요즘은 커피가 현대인의 필수품이 되어버렸지만, 1980년대에서 1994년 사이에 태어난 저와 같은 밀레니엄 세대의 시절에는 커피 체인점보다 디저트 카페를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곳이 바로 ‘민들레영토’와 ‘캔모아’죠.
부산 남포동 옛 부영극장 자리에 위치했던 약 500평 규모의 민들레영토는 카페이기도 하면서 복합 문화공간이기도 했어요. 어머니의 정을 판매하는 콘셉트를 내세운 민들레영토는 5,000원을 내면 3시간 동안 음료가 무제한 제공되어 그 당시 젊은이들 사이에서 상당히 힙한 공간이었죠. 특히, 선정 기준이 외모순이었나 싶을 정도로 아르바이트생들의 외모가 훈훈했습니다. 남자는 웨이터 복, 여자는 알프스 소녀 복을 입었죠. 아르바이트생들을 보기 위해 민들레영토를 찾는 사람들도 많았답니다. 저 역시 훈남 아르바이트생의 안내를 받으며 이슬차를 마시기 위해 웨이팅을 한 추억이 떠오르네요.
과일빙수의 원조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캔모아 또한 줄을 서서 먹어야 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어요. 장미꽃 장식이 달린 나무 그네 의자에 앉아서 생과일을 푸짐하게 올린 과일빙수와 무한 리필 생크림을 토스트에 얹어 먹고 있으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죠. 나무 그네 의자에서 친구들과 찍은 사진은 그 시절 싸이월드 대문을 장식하기도 했어요. 지금도 그 시절의 친구들과 모이면 캔모아의 알록달록한 간판만큼이나 눈부신 그때의 추억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유행하는 장소도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고, 핸드폰 앱으로 대기 번호를 받는 시대가 되었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미소 지을 수 있는 추억 속 공간이 있을 겁니다. 같은 공간일지라도 각자 다른 추억이 있겠죠. 누군가에게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낸 장소, 누군가에게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낸 장소, 누군가에게는 이별한 장소로, 누군가에는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던 장소일 겁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의 추억을 느낄 수 있기에 그 공간이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아닐까요?
이제는 부산에서 민들레영토와 캔모아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그곳에 담긴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다 보면 오늘의 나 역시 훗날 좋은 기억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깁니다. 지금 여러분이 계신 공간에서도 좋은 추억을 남기시길 바라며 글을 마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