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근대역사관
#1. 다시 쓰는 역사 첫 번째: 해은일록과 가배 이야기
혹시 이런 커피와 관련된 흥미로운 역사가 부산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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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임설희 부산근현대역사관 전시팀 학예연구사
언젠가부터 커피는 한국인의 일상에 없어선 알 될 음료로 자리 잡았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카페 수는 약 10만여 곳에 달하며, 커피의 연간 수입량은 이미 20만 톤을 넘어섰다고 하는데요. 게다가 국내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연평균 405잔이라니, 이제 커피는 정말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음료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혹시 이런 커피와 관련된 흥미로운 역사가 부산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셨나요? 그건 바로 ‘조선인 최초 커피 음용 기록’이 부산에서 작성됐다는 것입니다. 개항기 부산항의 감리서 방판이었던 민건호는 1883년부터 1914년까지 쓴 자신의 일기를 모아 『해은일록』이라는 책으로 남겼는데요, 바로 이 책에 민건호 자신이 ‘커피를 마셨다’라고 적어놓았던 기록이 있습니다. 『해은일록』에는 커피를 일컫는 단어들이 여러 개 등장하는데요. 갑비(甲非), 갑비차, 갑배, 가배 등 각기 용어는 다르지만 전부 커피를 일컫는 단어입니다.
부산항은 우리나라 최초의 개항장이었기에 외국 관리들과 상인들이 많이 드나들었고, 부산항 감리서의 관원이었던 민건호는 그들과 교류하며 자연스럽게 커피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커피의 90% 이상이 부산항을 통해 들어온다고 하니, 이만하면 부산은 커피와의 인연이 깊은 도시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해은일록』에는 커피에 관한 내용뿐만 아니라 다른 옛이야기들도 많이 기록되어 있답니다. 『해은일록』은 현재 부산근현대역사관 3층 상설전시실에 전시되어 있으며, 책에 기록된 그 당시의 모습들은 설치된 터치 모니터를 통해 살펴볼 수 있어요. 커피를 좋아하시는 분이나 부산의 근현대사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한 번쯤 부산근현대역사관에 방문해서 『해은일록』을 찾아보신다면 분명 즐거우실 겁니다.
1) 감리서: 개항장의 통상 업무를 담당하던 관아이다.
2) 해은일록은 부산항 감리서 방판을 지냈던 민건호의 일기이다. 이 일기는 총 29책으로 1883년부터 1914년까지 30년간에 걸쳐 작성되었다. 당시 해관사무와 외국 관리들과의 외교 관계, 다대포 첨사로서의 업무 등 다양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해은일록은 근대 개항장 부산에 관한 세밀한 기록으로서 귀중한 역사적 가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