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근대역사관
#1. 다시쓰는 역사: 부수지 않고 새로워진 그곳
문화재 건물은 어떻게 박물관으로 활용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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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기수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 관장
문화재청은 1962년 "문화재보호법” 제정 이래 변화된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국가유산 체계로 전환하기 위해 「국가유산기본법(24.05.17)」,「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24.11.01)」의 시행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이는 문화유산의 다양한 유‧무형적 가치를 보존하고, 지속 가능한 보존과 활용의 균형을 통해 다양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이를 통해 국민이 일상에서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향유할 수 있는 문화적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요. 이런 점에서 본다면 부산시 문화재자료인 구 한국은행 부산지점 건물을 부산근현대역사관으로 활용한 것은 시의적절한 정책이라고 할 것입니다.
역사유산의 활용은 유산이 갖는 가치를 보존하는 동시에 미래지향적 가치를 고려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이기도 한데요. 1963년 건립된 한국은행 부산지점 건물이 갖는 가치는 장소성, 역사성, 건축적 가치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1910년 고전주의 양식으로 건립되었던 조선은행 부산지점이 일제강점기 금융기관을 대표하는 건물이었다면, 1963년 같은 장소에 건립된 한국은행 부산지점은 근대 항만도시 부산이 갖는 장소적 특성과 동시에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한국은행 부산지점은 국책은행으로서의 권위와 신뢰성을 당시 유행하였던 합리주의 건축양식이 갖는 기하학적 건물형태로 표현하고 있으며, 대규모 공간을 위한 구조적 특성과 상·하 2중 슬래브 구조의 금고 자하1층, 지상 1층, 2층은 은행 건축의 안전성과 보안성을 강화하는 기술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역사유산에는 완전성과 진정성이라는 가치가 있는지 확인되어야 합니다. 유산의 가치를 입증하는 완전성 (Integrity)의 경우, 뛰어난 보편적 가치의 표현에 필요한 요소를 어느 정도 포함하고 있는지, 본연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특징 및 과정을 완벽하게 구현할 만큼의 충분한 규모인지, 개발 또는 방치로 인한 부작용은 어느 정도인지를 말합니다. 완전성을 확인하는 과정은 곧 근대기 한국 사회의 국제적 활동과 역사적 가치, 문화경관, 근대도시의 관계성과 기능, 주변 개발 또는 방치로 인한 영향, 유산의 중요성을 전달하는 특징과 과정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또한 유산의 가치를 구성하는 진정성 (Authenticity)은 해당 유산의 문화적 가치가 다양한 속성을 통해 진실되고 신뢰성 있게 확인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형식과 디자인, 소재와 내용, 용도와 기능, 전통, 기법, 관리 체계, 위치와 환경, 언어와 여타 형태의 무형유산, 정신과 감성 및 기타 내부 및 외부 요인이 관계되는 것이지요.
부산근현대역사관 본관 서측 입구(출처-부산근현대역사관)
최근 국가등록유산을 비롯한 근대기 건축유산들의 보존과 함께 지역의 문화시설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지만 공사 과정에서 건축유산이 갖는 가치를 상실하거나 보존에만 고민한 결과, 활용에 관한 기능적인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현재 부산근현대역사관으로 활용하고 있는 옛 한국은행 부산지점 건물은 어떤 역사유산의 가치를 보존하고 있는지, 동시에 근현대역사관으로서 미래지향적 가치를 어떻게 담았는지를 찾아보는 것도 이 건물을 견학하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