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자연을 오롯이 품은 갈맷길. 부산의 바다와 산, 강을 모두 아우르며 사계절 다채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특히 봄부터 여름까지 서너 달은 벚꽃과 연꽃, 수국 등 계절에 따라 다양한 꽃을 즐기며 걸을 수 있는 구간이 제법 많다. 꽃향기 가득한 갈맷길을 걸으며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부산의 풍경을 온몸으로 느껴보면 어떨까? 봄부터 여름까지 향기로운 꽃길로 변신하는 갈맷길 스팟들을 모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나란히 걸어도 좋고 나 홀로 천천히 여유를 부리며 걸어 봐도 좋다. 갈맷길 플라워 로드로 지금 함께 떠나보자.
1. 산복도로에서 만나는 벚꽃, 망양로(갈맷길 3코스 2구간)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산꼭대기까지 집을 짓고 살면서 생겨난 산복도로는 부산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오롯이 품은 공간이다. 알록달록한 집들이 가파른 비탈길을 따라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도 신기하지만 산복도로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더욱 압권이다. 멀리 오륙도와 영도, 송도와 북항 등 부산의 해안선을 비롯해 부산역과 남포동, 자갈치 일대 등 부산의 도심이 한눈에 들어온다. 갈맷길 3코스 2구간은 부산의 대표적인 산복도로인 망양로를 품고 있다. 동구중앙새마을금고부터 중앙공원까지 이어지는 망양로는 3월 말부터 벚꽃이 활짝 피어 장관을 이룬다. 벚꽃길을 걸으며 만나는 황홀한 전망과 레트로한 감성의 골목길은 망양로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봄 풍경이다.
2. 겹벚꽃 가득한 정원, UN기념공원(갈맷길 3코스 1구간)
벚꽃이 지고 나면 다음은 겹벚꽃이 필 차례다. 4월 중순부터 피는 겹벚꽃은 벚꽃보다 꽃송이가 더 풍성하고 색깔도 진해서 사진가들에게 특히 인기다. 갈맷길 3코스 1구간의 중간에 위치한 UN기념공원은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목숨을 잃은 21개 나라, 2천 300여 명의 유해가 안장돼 있다. 공원 가운데에 몇 그루의 겹벚나무가 자라고 있는데, 봄이 되면 어김없이 풍성한 꽃을 피워내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겹벚꽃이 전하는 분홍빛 향기에 취해 정신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다 보면 한 두 시간이 훌쩍 달아나고 없다. UN기념공원은 부산에서 홍매화가 가장 빨리 피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겨울 추위를 이겨낸 봄의 전령 홍매화는 2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해 3월 초까지 진한 매화향을 사방으로 퍼뜨린다.
3. 계절의 여왕 5월에 만나는 장미, 화명장미공원(갈맷길 6코스 4구간)
5월은 장미의 계절이다. 화창한 날씨만큼이나 고혹적인 자태와 향기로 우리를 유혹하는 장미꽃이 가득한 공원이 갈맷길에 있다. 6코스 4구간 화명생태공원 근처의 화명장미공원이다. 주택가 중심에 자리한 화명장미공원은 장미를 테마로 꾸민 도심 속 휴식공간이다. 작은 연못을 중심으로 50여 종의 다양한 장미들을 심고 산책로와 쉼터, 어린이 놀이시설 등을 갖췄다. 5월이 되면 수많은 장미가 일제히 꽃을 피워 진풍경을 연출한다. 모양도 색깔도 각양각색인 장미들이 흐드러지게 핀 공원은 그 자체로 거대한 장미꽃다발이다.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공원 곳곳에 조형물들이 설치되어 있다. 공원 가장자리엔 소나무들이 숲을 이뤄 시원한 나무 그늘을 만들어준다.
4. 오륙도가 보이는 봄꽃 종합선물세트, 오륙도해맞이공원(갈맷길 2코스 2구간)
보는 각도나 조수간만에 따라 5개로 보이기도 하고 6개로 보이기도 하는 오륙도. 갈맷길 2코스 2구간의 끝지점이자 3코스 1구간의 출발점인 오륙도해맞이공원은 부산의 상징과도 같은 오륙도가 시원스럽게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하고 있다. 탁트인 전망과 함께 부산의 바다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천혜의 전망대인 오륙도해맞이공원은 4월부터 5월까지 수선화와 유채꽃, 금계국이 잇따라 피어나 운치를 더한다. 푸른 바다와 노란 봄꽃의 강렬한 대비 덕분에 전국구 사진 명소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이름 그대로 아침에는 바다 위로 해가 불쑥 솟아오르는 황홀한 일출도 만날 수 있으니 봄에 부산을 여행한다면 무조건 달려 가야할 여행지다. 해맞이공원 입구에 있는 오륙도스카이워크도 놓치지 말자. 바다 위를 걷는 짜릿함을 경험할 수 있다.
5. 도도한 연꽃의 바다, 삼락생태공원(갈맷길 6코스 1구간)
봄이 끝나고 여름이 시작되는 6월. 연못을 뒤덮은 연초록 연잎 사이로 분홍빛 연꽃이 고운 자태를 뽐내는 계절이다. 갈맷길 6코스 1구간에 속한 삼락생태공원에는 연꽃을 볼 수 있는 연꽃단지가 여럿 있다. 그 중에서도 인라인스케이트장 옆에 있는 연꽃단지는 부산에서도 손꼽히는 연꽃 스폿으로 유명하다. 가운데 정자를 중심으로 여러 개의 연못이 자리하고 있는데, 6월 초부터 연못마다 다양한 종류의 연꽃이 차례로 피어나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치 물 위에 띄워 놓은 것 같은 수련을 비롯해 복숭아처럼 발그레한 꽃잎이 탐스러운 홍련, 백옥처럼 새하얀 빛깔이 매혹적인 백련 등 각양각색의 연꽃의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비가 오는 날에 찾아가면 물방울이 연잎에 또르르 흐르거나 연꽃에 몽글몽글 맺힌 감성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6. 바다와 수국의 만남, 해운대 송림공원(갈맷길 2코스 1구간)
해운대 송림공원은 해운대해수욕장을 품은 작은 소나무숲이다. 그리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키가 큰 소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어차서 마치 숲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푸른 바다는 송림공원을 더욱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든다. 몇 해 전, 경남 고성군이 이곳에 수국을 기증하면서 초여름에는 화려한 수국도 만날 수 있다. 꽃이 워낙 많은데다 색깔도 다양해서 여느 수국 명소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소나무와 수국, 바다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풍경은 해운대 송림공원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장면이다.
7. 수국에 파묻힌 고즈넉한 사찰 풍경, 태종사(갈맷길 3코스 3구간)
갈맷길 3코스 3구간의 태종대는 울창한 숲과 해안절경이 어우러진 천혜의 경승지다. 태종대 내에 위치한 태종사는 부산을 대표하는 수국 명소로 매년 여름이면 수국축제가 성대하게 열린다. 태종대 순환로도와 맞닿은 입구부터 그야말로 수국천지다. 가파른 경사를 단숨에 오르면 탁 트인 공간이 나타나는데 사방이 형형색색의 수국으로 가득하다. 고즈넉한 절집을 둘러싼 수국의 자태는 탐스럽기 그지없다. 사찰 전체가 수국에 파묻힌 형국이다. 전국 각지에서 많은 인파가 찾아오는 곳이라 주말보단 평일, 낮보단 이른 아침이 구경을 하기도 사진을 찍기도 훨씬 낫다.